리들범죄

전정국X김태형

정국의 방 안에는 마약범이 있었다. 정국보다 더 일찍 이곳에 들어온 그는 대체 어디에서인지 모르겠지만, 교도소에 들어온 이후에도 자꾸 마약을 했다. 그는 약을 하고 나면 기분이 업되어 있었다. 정국은 처음엔 그런 것엔 관심이 없었다. 그저 한심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정국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이곳에서 정국은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 플라스틱 칫솔...

전정국X김태형

정국이 잡힌 지 2주가 되었다. 2주간 유치장에서 지내며 정국은 별다른 희망을 갖지 않았다. 다시 그 상황으로 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다. 애인에게 전화는 일부러 안 했다. 우는 소리를 들을 자신이 없었고, 그 목소리를 듣게 되면 지금까지 했던 다짐이 무너질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검사 조사를 마치고 정국은 범죄자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정국과 서먹해진 건 바로 어제 일이었다. 정말 태형과 눈을 맞추지도, 한마디 섞지도 않았다. 이건 태형이 처음 교도소에 들어왔을 때보다 더했다. 선우가 없어 다가갈 근거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찬바람 쌩쌩 부는 이 분위기를 파악해 줄 인간도 없었다. 안경잡이는 그저 제 일을 하기에 바빴고, 인태는 뭐... 말할 것도 없이 혼자 바빴다. 다음날에 둘이 있을 때...

전정국X김태형

평소처럼 전정국은 TV를 보고 있었고, 인태는 구석에서 멍을 때렸고, 안경잡이와 태형은 앙망문을 쓰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 없는 주말 모습이었다. 하지만 교도관들은 달랐다. 오늘따라 교도관들의 움직임이 바빴다. 주말에는 수용자들이 작업도 하지 않고 운동 시간도 없기에 이렇게 바쁠 리가 없었다. 오늘 아침, 두 명의 교도관이 인원 체크를 꼼꼼하게 하는가 하면...

전정국X김태형

아침 점호가 끝나고, 선우는 제 물건을 방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 저번에 인태처럼 다시 돌아올지, 아니면 영영 사회로 나갈지는 선고가 나기 전까지 아무도 몰랐지만, 선우는 나갈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나가면 여자친구한테 잘해, 인마." 안경잡이가 선우의 팔을 툭툭 치며 말을 했다. 선우는 그저 기대에 찬 표정을 하며 웃고 있었다....

전정국X김태형

* 미성년자 분들을 위한 수위를 뺀 버전입니다. * 리들범죄 11 w.코럴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멀리에서 교도관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빠르게 내쉬는 숨을 진정시키려 가슴을 토닥거렸다. 정말 1분이라도 늦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뒤이어 나오는 정국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TV 앞에 자리했다. 태형은 멀뚱히 서서 문을 바라...

전정국X김태형

[새벽에 교도관들이 어딜 데려갔다가 힘 없이 돌아왔어요] 글씨를 적은 종이를 꾸깃꾸깃 구겼다. 태형은 어제 일을 생각했다. 모든 걸 체념한 그. 다가오지 말라는 그. 뭐길래 그렇게 필사적으로 숨기는 걸까. 한참을 고민하던 태형은 구긴 종이를 다시 펼쳐서 지웠다. 그러곤 다시 글씨를 써내려갔다. [딱히 특별한 일은 없어요 TV 보고 책 읽는 게 하루 일과의 ...

전정국X김태형

태형이 처음 본 시체는 제 아빠의 것이었다. 길을 가다가 대뜸 들이미는 칼에 찔린 타살, 이를테면 '묻지마살인' 이었다. 아홉 살의 나이에 태형은 제 아버지의 장례를 치뤄야 했다. 그 후 어머니는 극심한 우울에 시달렸다. 모든 게 불안해 보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일 년도 되지 않았을 당시, 태형은 자살 시도를 하는 어머니를 발견했다. 베란다로 떨어지려...

전정국X김태형

"이상해." "뭐가요." 옷을 챙겨입으며 무심하게 물었다. 삐딱하게 앉은 주임이 담배를 피웠다. 그러곤 맘에 안 든다는 식으로 정국을 쿡쿡 가리켰다. "너 말이야, 너. 이상해 요즘." "제가 언제 정상적인 거 봤나요." "그게 아니라... 요즘 구해달라는 양이 많아졌잖아. 우리 관계의 대가보다 두 배 이상은 뛰었어. 구하기 얼마나 힘든지 알아?" "한 번...

전정국 X 김태형

설거지를 마치고 바닥에 앉았다. 멍때리며 손톱을 물어뜯는 인태를 제외한 나머지 방 사람들은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어쩌면 여기에서 제일 착한 인물일 수도 있잖아요. 저녁을 먹기 전, 선우가 제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전정국이 여기에서 제일 착한 인물일 수도 있다고? 쟤가 무슨 짓을 해서 여기 왔는데.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순간 태형의 머릿속에 이상한 생...

전정국X김태형

밖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교도소의 주말 역시 빠르게 지나갔다. 주말에 한 거라곤 종일 TV에 나오는 녹화방송을 본 기억밖에 없다. 꼬박 나오는 끼니에 TV 시청만 하니 편하기만 할 줄 알았으나, 무료했다. 며칠이나 있어도 정이 가지 않는 곳이었다. "주말에 뭐 했어?" 점심시간. 작업을 하느라 꽤 힘들었던 터라 밥이 술술 넘어갔다. 숟가락에 밥을 잔뜩 ...